엉겁결에 들어버린 손이 그의 연기인생에 시작점이 되었다. 맹상훈이 다니던 고등학교의 연극반은 당시 전국학생연극경연대회에 출전할 만큼 실력 있는 친구들이 모인, 규모가 꽤 큰 곳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처음 연기의 맛을 보았다.
"처음엔 연극이나 보고 이론이나 배우는 평범한 연극반인 줄 알았죠. 근데 한 두 달쯤 지났을까. 어느 날 연출 선생님이 '곧 다가올 대회를 준비해서…'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무슨 말인가 싶었죠. 알고 보니 수험생인 고3을 제외하고 1, 2학년이 매년 전국연극대회를 준비하는 반이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1학년은 주어진 역할에만 충실히 임하며 대본을 읽었다. 2학년 선배들을 보조하는 작은 단역을 맡기도 했다.
"대본을 읽고 있는데, 어느 날 연출 선생님께서 '잘한다'며 다른 대본을 한번 읽어보래요. 읽었더니 '너, 그걸로 해' 하시더군요. 당황스러웠죠. 2학년 선배가 맡는 역이었거든요."
석 달 뒤, 그가 속한 동대사범부속고등학교 연극반은 전국학생연극경연대회에 출전했다. 대회 장소는 지금의 서울예대 앞 남산 드라마센터. 수많은 관중 앞에서 그는 희열과 떨림을 동시에 느꼈다.
"공연장 안에 회전무대가 있어요. 해마다 유명한 연극은 전부 그곳에서 열리죠. 그 무대 위에 선다고 생각하니 엄청난 자부심이 생기면서 뿌듯했어요. 가슴이 벅차올랐죠."
대회 당일, 원형의 회전무대에서 객석을 향한 절반은 공연 중인 팀이, 나머지 절반은 다음 공연을 준비하는 팀이 나눠 썼다. 맹상훈의 연극반이 객석을 바라보는 동안, 뒤에서는 서문여고의 연극반이 다음 무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대회 순서의 마지막에 다다랐을 때, 맹상훈의 연극반이 1등 수상팀으로 호명됐다. 무대 위에서 짜릿한 전율을 경험한 그는, 이후 연극의 매력에 한없이 빠져들었다.
"연말에 드라마센터 회전무대에 동국대 재단 고등학교 학생들이 전부 모였어요. 그리고 3년 연속 대상을 탄 저희 연극반 학생들이 3일간 축하공연을 했죠. 그날을 잊을 수가 없어요. 나중에 연출 선생님이 저를 불러 '상훈이 너는 연극하자.'라고 하더군요. 어머니한테 그 얘길 했다가 된통 혼만 났어요. '포스터 붙이고 다니면서 만날 라면만 끓여먹고 그럴래?' 하시더라고요. 그렇다고 공부를 특별히 잘한 것도 아니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나중엔 성적 맞추느라 불문과에 입학했어요.(웃음)"
경기대 불문과에 입학해 한때 외무고시를 본 적도 있는 그는 잠깐의 외도(?)를 지나 다시 연극, 아니 연기의 길로 안착했다.
"친구 녀석 한 놈이 바람을 넣었어요. MBC에서 주연급 탤런트를 뽑는데 거기 한번 넣어보라고요. '그걸 내가 어떻게 해.' 하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못 이기는 척 끌려갔죠. 당시 문화방송이 정동에 있었는데, 그 앞에 문화사진관이라고 있었어요. 거기서 사진을 찍어 원서를 냈어요. 근데 사람이라는 게 참 간사하죠. 원서를 넣고 나니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결국 합격을 했어요. 그때 만난 동기들이 정성모, 조형기, 이영범, 박찬환 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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