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November 2, 2011

휠체어 탄 의사 류미의 아름다운 도전

자동차 시속이 20킬로미터를 넘지 않는 곳. 방앗간, 다방을 예사로 볼 수 있는 곳. 까만 밤하늘 가득 선명한 별이 반짝이는 곳. 그곳에 류미 씨(37)가 있었다. 경남 창녕의 국립부곡병원 신경정신과 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그녀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곳에서 마음에 생채기가 난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다. "흔히 정신과 의사라면 환자들의 내밀한 속사정을 다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제가 던지는 질문은 잠은 잘 잤는지 식사는 잘하는지 정도예요. 마음이 아파서 온 사람일수록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중요하거든요. 잘 지낸다고 말하면서 사실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눈에 띄게 몸무게가 줄어든 환자들이 가장 걱정스럽죠."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의사이자 환자다. 박리성 골연골염. 병명조차 생소한 이 병을 벌써 20년째 앓고 있다. 10분 이상 서 있지도, 30분 이상 걷지도 못하지만 겉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계단을 올라갈 때 걸음걸이가 약간 흐트러지기는 하지만, 이것도 눈이 밝은 사람에게만 보이는 정도일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끔 엄살이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아픈 발목은 이제 익숙해졌지만,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한다는 느낌은 매번 아픔으로 다가온다. 고독에는 내성도 없는 모양이다.
몸이 불편해진 이후로 그녀는 몇 번이나 인생의 아이러니와 마주해야 했다. 그때마다 마음의 상처를 받거나 아픔을 느끼기보다는 '도전'이라는 말을 먼저 떠올렸다.
"요즘은 장애인을 'disabled'로 표기하지 않아요. 대신 'challenged'라는 단어를 써요. 뭔가를 할 수 없는 사람이 아니라 도전받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죠.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그저 도전받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용기가 생기거든요."
휘몰아치는 바람에 휘청거렸을지언정 꺾이지 않았던 건 장애를 도전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최근 출간된 그녀의 에세이집 《도전받은 곳에서 시작하라》에는 이러한 고군분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으로 '2011년 조선일보 논픽션대상'에서 우수상을 받은 그녀는 장애에 대한 편견의 벽을 조금이나마 허물고 싶었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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